'허스토리' 민규동 감독, 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日기자의 눈]

기사입력 2018-07-03 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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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 또다른 ‘위안부 영화’가 탄생했다. 민규동 감독 '허스토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실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부 승리를 걷어낸 ‘관부재판’을 다룬 영화다. 법정 드라마이면서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허스토리'에 대해 민 감독은 “제 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위안부 역사에 대해 듣고 온 딸이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며 웹소설을 올렸다. 그런데 누군가가 댓글로 “역사 공부를 하고 써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고, 딸은 공부하고 돌아오겠다며 소설을 중단했다. 이를 본 민 감독은 “딸에게 여러가지 책을 권해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딸이 봤을 때 의미가 있고,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딸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민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관부재판은 1992년 위안부를 포함한 10명의 원고가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재판이다. 원고단이 부산(釜山)에서 1심 재판이 열린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下関)지부를 오갔다 하여 관부(関釜)재판이라고 불린다. 1심 판결이 나온 1998년까지 23번의 재판이 열렸다.



민 감독은 10년 전부터 위안부 관련 시나리오를 3편이나 썼지만 영화화하지 못했다. 이번 '허스토리'가 4번째 도전이다. 3편의 시나리오는 피해 당시 즉 194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재현하는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 쉽지 않았지만, '허스토리'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민 감독은 무엇보다 3편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관부재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사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일본 정부 측에 명령한 이례적인 판결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재판이다. 



민 감독은 “당시 한국 사회 분위기를 영화에서도 묘사했지만 ‘창피하게 왜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냐’는 식으로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판하는 등 아직 전폭적인 지지가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한다. 결국 최고재판소에서는 원고 패소로 끝나고, 1심의 승리는 잊혀졌다. 이것이 역사에 기록된 ‘히스토리(history)’이다.



여기서 민 감독은 그녀들의 역사 즉 ‘허스토리(herstory)’에 착안한 것이다. 특히 민 감독은 원고단 단장에게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재판을 이끈 인물로 '허스토리'의 주인공 문정숙(김희애)의 모델 김문숙 회장이다. 관객들도 주인공이 위안부 할머니가 아닌 일반인 여행사 사장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좀더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피해자 본인의 입장이 되어서 보기에는 너무나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문 사장은 처음부터 위안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배정길 할머니(김해숙)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위안부 뉴스를 보면서 “저 할매처럼 한번 삐긋하면 니 인생 끝이데이”라고 딸에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평범한 한 여성이 할머니들과 재판을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게다가 문 사장이 경영하는 여행사는 ‘기생관광’을 하고 있었다. “몰랐다”고 주장하는 문 사장에게 원고단 변호사(김준한)는 “몰랐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이게 바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 감독은 “일본 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영화를 통해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그걸 방조하거나 묵인한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실제 김문숙 회장님은 기생관광에 반대하는 분이셨는데 내가 각색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성실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는 것은 아쉽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마디로 ‘용기’이다. 민 감독은 “재판에 이긴 것만이 승리가 아니라,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있던 할머니들이 일본까지 가서 용기 있게 싸웠다는 것 자체가 승리”라 면서 “스스로 치유를 해내는 용기, 그것이 승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허스토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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